“오! 정말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어.”
공주는 딸랑이 소리를 듣고 외쳤어.
“돼지치기에게 값을 물어 봐. 단 입맞춤은 절대 안 돼!”
서둘러 돼지치기에게 다녀온 시녀가 말했어.
“공주님, 돼지치기가 공주님께 입맞춤 백 번을 받고 싶답니다.”
“뭐라고? 이런 괘씸한!”
공주는 화가 나서 팽 돌아섰지.
딸랑딸랑.
하지만 몇 걸음도 못 가 다시 뒤 돌아섰어.
“아무도 못 보게 어서 내 주위에 둘러서!”
공주는 짜증이 섞인 큰 목소리로 외쳤어.
시녀들이 서둘러 빙 둘러서자 공주는 돼지치기에게 입맞춤을 했지.
그 때, 마침 지나가던 왕이 돼지우리 쪽으로 다가왔어.
“……스물 아홉, 서른, 서른 하나…….”
시녀들은 입맞춤을 세느라 왕이 오는 것도 몰랐어.
“대체 뭐 하는 짓이냐?”
왕은 화가나서 부들부들 떨며 호통을 쳤어.
“당장 이 곳을 떠나라!”
“아, 아버님!”
“듣기 싫다! 둘 다 당장 이 곳을 떠나래도!”
돼지치기와 공주는 궁전에서 쫓겨나고 말았어.
“흑흑. 난 몰라. 그 때 잘생긴 작은 나라 왕자와 결혼할 걸…….”
공주는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어.
돼지치기는 나무 뒤로 가서 얼굴을 깨끗이 닦고 멋진 왕자의 옷으로 갈아입었어.
“어리석은 공주님.”
“어머, 다, 당신은?”
“그래요. 바로 당신에게 소중한 장미꽃과 꾀꼬리를 보낸 작은 나라의 왕자입니다.”
공주는 너무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어.
“내 정성이 담긴 선물은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돼지치기의 물건을 얻으려고 입까지 맞추더군요. 정말 실망입니다.”
“아. 그건…….”
“잘 가시오! 공주! 당신처럼 거만한 공주와 결혼할 생각은 저도 없답니다.”
왕자는 공주를 두고 작은 나라로 돌아갔단다.
공주는 어리석음을 뉘우치고 눈물을 흘렸지만 아무 소용없었지.
물질로만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마음의 눈으로 그 사람의 진심을 볼 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