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왕자 3부

레몽
앨범 : (소리동화 레몽) 행복한 왕자

그때부터 제비는 도시 구석구석을 날아다녔어. 그리고 자기가 본 것을 왕자의 어깨에 앉아 들려주었단다.
“왕자님, 언덕 너머에 사는 사람들이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어요.”
“제비야, 내 몸의 금박을 벗겨서 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렴.”
제비는 고개를 끄덕였어. 왕자의 몸에서 금박이 한 조각, 한 조각 떨어져 나갔어. 제비는 금박을 벗겨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단다. 그러는 동안 아름답게 빛나던 왕자의 몸은 점점 초라하게 변해갔어.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얼굴은 환해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커졌지.
온 세상에 하얀 눈이 내린 어느 날, 제비는 자기가 곧 죽으리라는 것을 알았어. 너무 추워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지. 제비는 온 힘을 다해 왕자의 어깨위로 날아올랐어.
“사랑하는 왕자님, 저는 이제 떠나요. 안녕히 계세요.”
“그래, 추운 이 곳에 너무 오래 머물렀지? 사랑하는 제비야, 따뜻한 곳으로 잘 가거라.”
“저는 따뜻한 나라로 날아가는 게 아니에요. 전 죽음의 집으로 간답니다.”
제비는 왕자의 발밑으로 힘없이 툭 떨어졌어. 그 순간 왕자의 가슴 속에도 무언가 쩍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어. 그것은 왕자의 납 심장이 두 동강 나는 소리였단다.
다음 날 아침, 사람들이 동상 주위를 지나다가 말했어.
“아니, 행복한 왕자의 동상이 왜 저렇게 된 거지?”
“이 겨울에 제비는 또 뭐지?”
“보기 흉한 동상은 치워 버립시다!”
도시의 시장은 일꾼들을 시켜 동상을 뜨거운 용광로에 넣었어. 그런데 아무리 불을 때도 동상의 납 심장은 녹지 않았어.
“거참, 이상하군. 이건 그냥 갖다 버려야겠어.”
일꾼들은 납 심장을 쓰레기장에 버렸단다. 바로 죽은 제비가 버려진 곳이었지.
며칠 뒤 하늘에서 천사들이 내려왔어.
“하느님께서 이 도시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것 두 가지를 찾아오라고 했는데 뭘까?”
“저기 좀 봐. 저기서 빛이 나고 있어!”
빛이 나고 있는 곳은 쓰레기장이었어. 천사들은 쓰레기장에서 빛을 내고 있는 왕자의 납 심장과 제비를 소중히 가슴에 품었어. 천사들은 이들을 갖고 하늘 나라로 되돌아갔단다. 그 곳에서 행복한 왕자와 제비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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