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게 산초. 내가 정의를 지키며 차지하는 영토를 몽땅 자네에게 주겠네.”
“정말이십니까?”
“나 같은 기사는 영토를 차지하려고 싸우는 게 아니라네. 정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거지.”
“돈키호테 나리, 약속은 꼭 지키시겠죠?”
“물론이지. 나와 함께 다니면 자네는 넓은 영토의 주인, 곧 성의 성주가 되는 걸세!”
어느 날 밤, 돈키호테와 산초는 아무도 몰래 집을 나섰어. 돈키호테는 로시탄테를 산초는 당나귀를 타고 말이야.
길을 가던 두 사람은 빙글빙글 돌고 있는 풍차를 발견했어.
“산초! 드디어 나타났다! 거 사악한 거인들이 바로 우리가 싸울 첫 번째 상대다!”
“네? 거인이요? 어디요?”
“저놈들을 모두 물리쳐서 나는 정의를 지키리라!”
“나리, 저건 풍차가 아닙니까? 도대체 거인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지.”
산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돈키호테는 풍차를 향해 달려갔어.
“이 악당들아! 내가 왔다! 이 돈키호테의 창을 받아라!”
돈키호테는 거인의 팔에 창을 푹 찔렀어. 하지만 그건 거인의 팔이 아니라 풍차의 날개였지. 풍차의 날개에 창을 찌르자 돈키호테의 몸이 휙 날아올랐어. 돌아가는 풍차의 날개에 부딪쳐 날아간 거야. 돈키호테의 창은 쩍 소리나 나며 산산조각이 났고, 돈키호테는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지.
“나리! 괜찮으십니까? 나리, 나리!”
“난 아무렇지도 않아. 괜찮네.”
하지만 돈키호테는 밤새 끙끙 앓았어. 산초는 돈키호테가 너무 이상해서 의심스러웠지.
“나리! 정말 우리가 성을 차지할 수 있을까요?”
“산초! 난 이 나라 최고의 기사란 말일세! 지금 날 의심하는 건가?”
“아, 아니요. 다만 나리가 풍차랑 싸우는 걸 보니…….”
“쉿! 마법사들이 지나간다! 저 마차에 공주가 타고 있는 게 분명해!”
마차 한 대와 두 명의 남자가 돈키호테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어. 두 남자는 이웃 마을의 수도사들이었지. 마차에는 귀부인이 타고 있었어. 그들은 우연히 같은 방향으로 가게 된 것 뿐,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였어.
“이 나쁜 마법사들아, 공주님을 풀어줘! 이 돈키호테가 너희들을 용서하지 않겠다!”
“아이고, 나, 나리!”
산초가 말릴 새도 없이 돈키호테는 수도사들을 향해 달려들었어.
“악, 사람 살려!”
수도사들은 정신 나간 사람이 창을 들고 달려드니 너무 놀라서 도망을 가버렸어. 마차를 끌던 말도 놀라서 히이잉 히이잉 하며 울었고.
산초는 그런 돈키호테의 모습에 점점 지쳐갔어.
“나리, 우린 언제쯤 성을 차지할 수 있는 겁니까?”
“걱정 마라, 산초! 곧 너는 영주가 될 것이다. 저기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는 사악한 군대가 보이느냐? 저 군대를 무찔러 널 영주로 만들어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