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되면
좋은 아빠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조금 힘드네
마누라도 있고 자식도 있고
부모님한테 잘 할 줄 알았는데
흠 쉽지가 않네
스무고개 가 뭐 아홉 개를 더지나
서른이란 파도 위로 둥실 휩 쓸려와
썰물 따윈 없고 그저 차오르기 만
하는데 내 맘 왜 이리 넘실거릴까
매일 같이 잠을 자도 꿈은 안 꿔지고
포기 한적 없는 데도
자꾸 나만 비켜가
눈 돌릴 새 없이 매일 사는 심정
나 혼자서 앓아가는 게
조금은 지쳐 가
어쩐지 무겁더라 어깨 위로 철들고
알면 알수록 고갠 숙여지고 겁먹어
다 익은 벼라고 사람들 안심시켜도
추수할 때 됐어 다 베어지기 직전야
무엇이 좋은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쥐어진 용돈에 물건 잘 고르니까
많이 걱정 마 잘 살아왔던 나
걱정 되 술이나 한잔 사
멀리 가지는 마 여기에 있어줘
여기 있어줘 여기 있어줘
잘 잘 수 있었던 밤 거기 있어서
니가 있어서 니가 있어서
사랑하는 이 마저 돈으로 보냈고
아무렇지 않은 척 상처를 덧 냈어
그때는 왜 그리 용기 없이 겁내서
뒤돌아 보는 짓 하는지
병신 짓 했어
passion
열정이란 단어
거짓 노력하며 사는 나를 봤어
안정된 거리를
유지하며 길 가며
꿈과 멀어져버린 삶을 살아왔어
한 잔 들어가 나보다
못한 놈을 씹어
술 보다 위안되나 봐
아픔 들을 지워
교복 위의 이름을 떼며 채워져
있던 하고 싶은 것들
내 앞에서 비켜
스피커 앞 멍청한 남자 셋
꼬라지 자나 깨 도
안될게 뻔하대
뭐 그리 다 안돼 내가 잘할게
야근이나 없으면 정말로 좋겠네
멀리 가지는 마 여기에 있어줘
여기 있어줘 여기 있어줘
잘 잘 수 있었던 밤 거기 있어서
니가 있어서 니가 있어서
일 음악 사랑 난 바쁘게만
살아 밑바닥에서 발악 나만
몰랐지 내 모래시계가 쓰러져
시간이 가는 줄 알았어 이제야
십대는 내 발목을
적시던 시냇물
겁도 없이 즐거웠던 건
이십대 쯤
시간은 많다며 준비는 대충
발이 닿지 않아 버거워 이제는
삶이란 레일 위에선 모두 경쟁
직장이 원하는
내 모습과는 정 반대
안된 다고 한들 고칠 마음 없어
고집부린다고 난 이것뿐이라고
어깨 위에 철들고
어쩐지 무거워도
괜찮아 괜찮아
쉽게 흔들리진 않아
서른 즈음에 가진 무게중심 하나
마이크는 오른손 목을 꽉 잡아
멀리 가지는 마 여기에 있어줘
여기 있어줘 여기 있어줘
잘 잘 수 있었던 밤 거기 있어서
니가 있어서 니가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