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혀를 말고
우리 속에 숨은 지도 오래
새까맣게 잊었던
잠드는 법을 다시금 배웠다
가죽을 뒤집어쓴
내 사람 얼굴에 속았던 넌
청하지도 않았던
손길로 내 등을 어루만졌다
눈도 피하지 않고
내 진짜 이름을 말하는 널
입을 크게 벌려선
머리부터 남김없이 삼켰다
오, 내 잔인함을
탓해봤자 뭐해
오, 이미 일어나
버린 일을 어째
이게 뭐야 나 그동안
잘 숨겨 왔다 했는데
구태여 왜 날 비집어
열었나
이게 뭐야 나 이제야
너를 만났다 했는데
정들었던 모두가
나를 쫓고
살기 위해 오른 도망 길
어디 한 번 잡아볼래
오, 내 어리석음을
탓해서 뭐해
오, 이미 녹아버린
네 몸을 어째
이게 뭐야 나 사람의
말을 기껏 배웠는데
어째서 넌 아무 말도 없나
이게 뭐야 나 이제야
너를 만났다 했는데
꾸물거리는 몸속에
너를 가득 담고서
달아나는 중
꾸불꾸불 꼬인 뱀이 가는
도망 길
도중에 부르는 사람의 노래
어디 한 번 잡아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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