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도련님과 춘향은 날이 갈수록 허물은 적어지고 정이 점점 깊어가니, 도련님이 춘향 보고 싶은 생각으로는 밤 낮 없이 춘향 집에 가 살고 싶지만 엄부시하라, 낮에 못 보는 걸로 오색당지 풍월화답 편지 왕복을 날만 새면 어찌 허던지 방자가 책방에 있을 겨를이 없고 춘향집 머슴아가 되었것다.
그때여 사또께서는 동부승지 당상하야 내직으로 올라가시게 되니 내아가 다 질거하야 극락세계 되었는디 도련님은 말이 없이 돌부처가 되었구나. 석반을 재촉허여 한 술 뜬 체 만 체 허고 춘향 집에 이별차로 나가는디,
[중모리]
왼갖 생각 두루 헌다. 점잖으신 도련님이 대로변으로 나가면서 울음 울 리가 없지마는 옛일을 생각허니, “당명황은 만고 영웅이나 양귀비 이별의 울어 있고, 항우는 천하장사로되 우미인 이별으 울었으니, 날 같은 소장부야 아니 울 수 있겄느냐? 춘향이를 어쩌고 갈꼬? 두고 갈 수도 없고 데리고 갈 수도 없으니 이를 장차 어쩔거나. 저를 데려간다 허면 부모님이 금허실 테요, 저를 두고 간다 허면 그 행실 그 마음에 응당 자결을 헐 것이니 사세가 도무지 난처로구나.”
길 걷는 줄을 모르고 춘향 문전을 당도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