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방자야”
“예.”
“춘향이 가고 없다.”
“가고 없으니 어쩌란 말씀이요?”
“춘향 집이나 좀 일러다오.”
방자 놈이 도련님을 은연 중 골리는디,
“도련님이 소인 놈보다 키가 적으신게 저기 저 높은 디 올라서서 엄지 발로 괴고 스시오.”
도련님이 춘향집 볼 욕심으로 방자 시키는 대로 허것다. 방자 놈이 도련님을 엄지 발로 괴어놓고 춘향집을 가르치는디,
[진양조]
“저 건너 저 건너, 저어기 저어기 저 건너.”
“하 이 자식아, 저 건너 어디란 말이냐.”
“아직 멀었소. 저 건너 봉황대 밑에 양류교변 편벽헌디라. 다리 건너 큰 대문이요. 그 앞의 연당 있고 연당 가의 버들 섰고 들죽 측백 전나무는 휘휘 칭칭 얼크러지고, 벽오동 성근 가지 단장 밖으로 쑥 솟아있고, 동편에는 죽림이요, 서편에는 송정이라. 죽림 송정 두 사이로 아슴푸라히 보이는 것이, 그것이 춘향의 집이로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