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은 부잣집에서 자랐어요.
하늘나라의 일은 까마득히 잊고
많은 배움과 경험으로 아주아주
멋진 청년으로 자랐지요.
혜성은 그 이름처럼 똑똑하고 슬기로웠어요.
학교에서는 수재로
모든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했고,
재능이 많아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어요.
모두가 친해지고자
주위에 사람이 끊이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은파는 어느 허름한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재주는 뛰어났지만,
견우와 직녀가 빛을 잃게 만든 별들에 의해
많은 고난과 시련을 겪었어요.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고
폭언을 듣기도 하고
무시와 조롱, 경멸을 당하기도 했어요.
“옷차림이 그게 뭐야?”
“쟤랑 놀지마.”
“은파는 참 답답해.”
이때 이를 지켜보던 비를 내리는 영혼 달구가
참 많은 일을 감당해야만 했어요.
은파와 혜성, 그러니깐 견우와 직녀가
사랑을 이루지 못해 하늘나라로 돌아오지 못하면
달구 자신도 못 견딜 것만 같았거든요.
은파를 위로하기 위해 보슬비가 되어 내리기도,
심한 날에는 폭우가 되어 쏟아지기도 했죠.
참으로 힘겨운 시간이었어요.
은파는 비를 좋아하는 여인으로 자랐어요.
그런데 참, 운명의 아이러니인가요.
은파가 삶에 지쳐 울고 있을 때,
혜성과 기적처럼 만나게 됐어요.
혜성은 우연히 은파가 쓴
동화책을 보고 감동을 받아
은파에게 메일을 보낸 거예요.
동화책을 매개로 지상에서
둘의 인연이 이어졌어요.
혜성은 은파를 만나자마자 첫눈에 반했어요.
그리고 참 상처가 많은 여자란 것을 단번에 느꼈죠.
혜성은 자상한 태도로 은파의 이야기를
몇 달 동안이고 계속 들어주었답니다.
“사람들이 은파씨에게
그런 것은 악의가 있어서라기보다
오해에서 비롯된 이유가 클 거예요.
또는 아무 생각이 없기도 하고요.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잖아요?
무조건 적대적으로 대하기보다
먼저 손을 내밀어보는 건 어떨까요?”
혜성은 은파에게
‘이해’와 ‘용서를 하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죠.
“한 명 한 명 연락을 해보고 찾아가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은파는 썩 내키지 않았어요.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상처 입은 사슴처럼
고통의 세월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어요.
그래서 용기를 내어 찾아가 보리라 다짐했죠.
혜성의 따스한 눈빛과 감미로운 말들에
사랑을 느꼈기에 더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혜성과 은파는 둘이 함께
은파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갔어요.
사실은 하늘나라에서
혜성이 별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아
빛을 잃고 지상으로 떨어진
바로 그 별들이었어요.
지상에서는 하늘나라의 일을
까마득하게 잊고
서로가 왜 이리 아웅다웅하는지
이유를 몰랐지만,
영혼 깊이 연결된 사이였죠.
재봉틀로 소품을 만드는 소영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초연이,
웹툰 만화를 그리는 민준이
모두 사실은 하늘나라에서 떨어진 별들이었어요.
소영이를 처음 찾아갔을 때 소영이는
달가워하지 않았어요.
“네가 여긴 웬일이니?”
“오해를 풀고 싶어. 대화는 많은 것들을
해결해 주는 것 같아.”
소영이는 겉으로는 툴툴대면서
은파와 혜성을 안으로 들였어요.
셋은 따스한 코코아를 마시며
그동안 쌓였던 서운함을 나눴어요.
“그런 거였구나.”
“난 미처 그 생각은 못 했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자,
은파와 소영이 사이에 있던 오해가
눈 녹듯이 사라졌어요.
서로에 대한 미움도 안쓰러움으로 바뀌었어요.
그리고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해 주기로
약속하고 헤어졌어요.
다음으로 초연이, 민준이를 만나
같은 방식으로 차례차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뜨거운 눈물의 화해를 했어요.
어느새 소영이와 초연이, 민준이의
심술궂은 얼굴에
미소가 만연했답니다.
하늘나라에서 별 청소부 순돌이도 신이나
별 청소를 더욱 열심히 했어요.
이렇게 혜성과 은파가
모두들 만나 화해하는 모습을
하늘나라에서 옥황상제가 지켜보았어요.
그리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흘렸어요.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선행도 베풀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기우였구만 그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