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의여백

가리온


[1절 MC Meta]
벗어난 궤도를 찾지못한 말장난
먹물을 들이킨 그녀가 환장한
아직은 낮아도 된다는
작은 바램을 품고서
몰래 다가서서 너의 밤을 훔쳐서
내 낮을 위해 장식품들을 꾸미고
떠날 날이 오기까지 내 짐들을 꾸리고
돌아올 날을 내게 정하란 것은 너무 무리오
참지 못해서 끝내 방안에 서서 우네
기약없는 여행길, 나그네 설움의 바람이 부네
시작은 누구나 그렇듯이
층계를 올라가듯 하나둘씩
하지만, 길을 잃어버리고나면 그때부터
홀로 찾기에는 너무나도 힘에 부쳐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면
내가 가려했던 길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아님, 그냥 갈까?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는건 아닌가?
그게 이 여행의 끝이 되는 것은 아닐까?

[2절 羅刹]
어차피,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살아갈까?
그만한 댓가를 버림 아님은 역시 아닌지라
차라리 연민의 정만을 구한 하루살이
속히 쌓여져가는 가슴앓이요, 처갓집살이
뼈져린 고통 머리에 이고 산지 몇해
겉과 속이 닳고 닳은 고통
다름을 아는지 몇몇 이들에게
차라리 긴긴 얘기들을 한다면
빠져들어 둘러앉았으니
속닥거리기 바쁜 너의 얘기만을 들어
따질 수 없었음에
니가 버린 건 아니기에
되기도 싫어 될 수 없는 것도 아니었네
하늘이 무너져버려 땅이 솟아올라
솟아날 구멍만은 내게 따로 있다면
나가기 힘이 든다면은
어차피 가진 세상
가까이 보면 너무 커져가는 세상
끝에서 끝을 모르니
어쩔 수가 없는 기세

[3절 MC Meta]
벌써 해는 지고 갈 길은 너무나 길고
길을 잃은 나는 길고 긴 여정의 길에 힘을 잃고
지고가는 짐도 내겐 필요없이 느껴지고 있고
다른 방법을 알 길 없는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서 내 발을 만졌어
고생하는건 너였구나, 내 맘을 아팠어
그래, 못내 서둘러 간 길이
내 발만 잡아채니 얼마나 속상했니?
못난이가 가자 보채니
우물 안 올챙이, 개구리 될 생각에
옳거니! 한번에 뛰어넘어 볼꺼니?
바닥에 숨어 잔뜩 웅크린 인내가
당신 눈에는 완전 움추린 기센가?
비어있는 곳엔 비어있단 것이 담겨있단 것이
백지더라도 쌓인 것이 높이를 알 수 없이
겹겹이! 나의 여정이 여전히 힘겹지
달리는 말에게 채찍질 전에
한 박자 쉼이 어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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