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은 못참겠어
내가 그리 잘못했나
처음엔 모든 이유가
내게 있었다고 믿었지
아니 납득은 안됐지만
그냥 단념했다고
말하는게 더 맞겠다
내가 고통에 몸부림칠 때
친구 한 녀석은
내게 술 한잔을 건내
다 네 탓이야
네가 부족하니 이런거야
하 내가 내가 부족해
그래 난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살이 찢기고
뼈가 패이는 고통까지 겪어야 하나
세상을 어지랍히는 자들은
죄의 대가 없이 잘사는데
근데 나는 왜이래
그건 너를 더 큰 사람으로
만들어 주시려는 하느님의 뜻이야
하 그말은 이제 지겹다
지금은 도대체
아무것도 모르겠다
하느님의 뜻이 어린 고통이라면
적어도 내가 이런
고통을 겪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알아야 되지 않나
그런데 전혀 모르겠어
고통은 있는데 의미는 없어
무의미해
하느님 자신 죄인이라 생각하고
기도하고 노력하고 살아왔지만
더 이상은 안되겠어
앞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나는 너무 아파
들리지 않는 다면 보이지 않는다면
내가 다가가겠어 먼저 나아가겠어
내가 한걸음 나아간다면
긴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이 보이겠지
이제부턴 나에게
고통의 의미란 바뀐다
현실의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이유도 필요없다 도망치지 않겠다
분노에 사로잡힌 지난날을 잊겠다
저기 멀리 보이는 한줄기의 빛은
나와 하느님을 연결해주는
끈이라고 믿겠다
잡을 꺼야 꽉잡고
이제는 더 이상 놓지 않겠어
내가 죄인이든 모든것이
내 탓이든 그런것은
더이상 신경쓰지 않아
더이상 중요하지 않아
거센 맹목 거친 비하
내겐 존재하지 않아
어떠한 흔들림도 없는
공간 안에는 나와 그분만이
존재하는 것일 뿐
처음부터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은 아니더라도
어깨에 묻은 먼지를 털고
폐속에 가득 그분의 공기를
들이켜 왼발을 박차
오롯이 나가 자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