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림에 자룡 출현

적벽가

중몰이 ‘허저는 창만 들고’는 계면조로 불리고, 조자룡이 나타나는 ‘한 장수 나온다’는 엇몰이 장단에 호령 우조로 부르다가 계면으로 바뀐다. 이 엇몰이 장단은 강박이 기우뚱기우뚱하게 놓이므로 매우 독특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일상에서 벗어난 신비한 인물이나 용맹한 장수가 나타날 때 자주 쓰이는 장단이다. 10박이 3 2, 3 2로 나누어지는 혼합박자로, ‘덩 – 궁 딱 - , 궁 – 탁 궁 –‘이 되기 때문에, 통상 3분박으로 나누어지는 다른 장단에 비해 아주 특이하게 들리는 것이다.

원반 : Victor KJ-1278(KRE 425)
녹음 : 1938. 9. 14

(중몰이)
허저는 창만 들고, 장요는 활만 들고, 정욱이는 패군졸을 연거하야 천방지축 달어날 제, 이 곳은 오림이라. 산고곡심 험한 곳에 눈 우에 찬 북풍은 살 쏜 듯이 듸리 불고, 빙판석거 좁은 길로 반생반사 가는 장졸 죽는 자 태반이라. 조승상이 정신을 채려 좌우산천을 둘러 보더니, 공연한 웃음을 내여, ‘희희 하하하하하!” 웃거날, 정욱이가 여짜오되, “아이고 여보 승상님, 무죄한 백만대병 일시함몰 다 죽이고, 무엇이 즐거워 웃나니까?”

(아니리)
“얘, 정욱아 웃임 이니 날까 보아라. 병목같이 좁은 곳에 복병 열만 묻어 두었시면 우리가 어이 살아 가겼느냐?” 헛 장담 이말 끝에 뜻밖에 산성에서 뇌고 소리가 꿍!

(엇몰이)
한 장수 나온다. 한 장수 나와. 얼굴은 형산백옥 같고, 눈은 소상강 물결 같고, 인의 허리 곰의 팔, 백포린 엄신갑 사모장창을 눈 우에 번뜻 들고 우뢰 같은 큰 소리 벽력같이 뒤질러, “네 이놈, 조조야! 상산 조자룡을 아느냐, 모르느냐? 닫지 말고 창 받어라!” 번개같이 달려들어 동에 얼러서 서에 뗑그렁, 남에 얼러서 북에 뗑그렁, 저가 번뜻 저가 번뜻, 백송골이 꿩 차듯, 두께비 파리 잡듯, 장졸의 머리가 추풍낙엽이로구나. 조조가 횡겁하야 말 아래 뚝 떨어져서 거의 죽게가 되었는디, 허저 장요 장합 등이 죽도록 구완허여 간신히 도망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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