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가을 날은 시원해졌고
앞자리 3으로 바뀌기 직전 온
이건 아마 그거 서른 전조 증상
무상무념으로 일하다 보니까
노래가 나오질 않아 누군가가
기다릴지도 모르겠다만 술술
써지던 어릴 적 내가 그립다가두
또 부끄러운 가사 낼까 봐 멈칫
거칠던 객기도 이제는 잠잠해졌어
그래도 내 옆을 지켜 준 애인 덕분에
하루 버티기는 나름 거뜬해
마음 같아선 앨범 하나 내주고 싶은데
너한테는 명곡만 써 주고 싶어
그래서 어려워 나이가 들면
좀 쉬워질 줄 알았는데 꺼려져
신이시여 내게 용기를 조금 더 줘요
아무 의미 없이 걷던 날들이
날 만들어 줬는데
그걸 알면서도
아무 의미 없이 걷기가 난 두려워
그래 아무 의미 없이 걷던 날들이
날 만들어 줬지 습관처럼 나들이
가듯이 걸었던 거리에서 얻은 아이디언
슬픔에 빠진 친구를 위로해 줬어
지금은 빠갈라져서 다른 길을 걸어도
그때 얻은 충만함만큼은 아직도 간직해
바지에 묻은 먼지 털듯이 모든 게
간단했으면 좋겠어 여기저기서
묻은 상처에서 이젠 자유롭고 싶어
이젠 자애롭고 싶어 이젠 밤에 보고 싶어
낮에 봤던 밝은 태양 빛 같은 개운함
많은 배움과 잊었던 빼어난 문장을
다시 깨우고 싶어 어릴 때 썼던
노래가 다시 나를 깨우고 있어
과거가 벼르고 있어 나는 겨루고 있어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기를
아무 의미 없이 걷던 날들이
날 만들어 줬는데
그걸 알면서도
아무 의미 없이 걷기가 난 두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