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2부

레몽
앨범 : (소리동화 레몽) 백일홍

도련님이 바다로 떠난 뒤 아가씨는 매일 푸른 바다만 바라보고 서 있었어.
“도련님, 제발 하얀 돛을 달고 돌아오세요.”
아가씨는 날마다 푸른 바다를 보며 빌고 또 빌었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한 달, 두 달이 지났어. 비가 내릴 때에도, 바람이 불 때에도 아가씨는 매일 그 자리에서 도련님을 기다렸어.
“오늘이 벌써 백 일째인데. 배가 보이는가?”
그때 사람들이 소리쳤어.
“배다, 배가 나타났어!”
아가씨는 간절한 마음으로 점점 다가오는 배의 돛에서 눈을 떼지 못했어.
“제발, 하얀 돛이기를…….”
그런데 점점 다가온 배에는 붉은 돛이 걸려있는 거야.
“아, 도련님!”
슬픔을 못 이긴 아가씨는 그만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단다. 그런데 바닷가에 도착한 배 안에서 밝은 얼굴로 도련님이 뛰어나오는 거야.
“아가씨, 제가 돌아왔어요!”
붉은 돛이 달려 있는데 도련님이 살아 있는 거야.
“저 붉은 돛을 보더니 아가씨가 쓰러졌어요.”
마을 사람들이 돛대를 가리키며 말했어.
“아니, 하얗던 돛이? 이무기의 피가 물들었구나!”
도련님은 깜짝 놀랐어.
“아아, 아가씨. 제가 이렇게 무사히 돌아왔어요.”
도련님은 아가씨를 흔들며 말했지. 하지만 아가씨는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단다. 도련님은 아가씨를 안고 오래오래 슬피 울었어.
다음해 봄에 아가씨가 서 있던 자리에 싹이 하나 돋았단다.
“저 꽃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백일 동안 피어있구먼.”
“그러게요. 한결같던 아가씨 같아요.”
“우리 저 꽃을 백일홍이라고 부릅시다.”
사람들은 그 꽃을 한결같던 아가씨라고 생각하면서 백일홍이라고 불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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