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구니
몇 번인가 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이름도 고향도 나는 몰라
말해준 적 있었다면 정말 미안해
같은 학교를
몇 년이나 함께 다닌 사이인데도
여전히 난 어색하고 불편해
돌이켜보면 그럴 만도 하지
우리는 다른 수업을 들었잖아
너는 물리 나는 화학
우리는 다른 단원을 배웠잖아
너는 문법 나는 작문
너는 누구니
수돗가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나
엘리베이터에서 날 위해
열림 버튼을 눌러주던
그 애 같기도 한데
같은 동네를
몇 년이나 함께 오가던 사이인데
취미도 성격도 나는 몰라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지
우리는 다른 수업을 들었잖아
너는 기술 나는 철학
우리는 다른 단원을 배웠잖아
넌 미지수 나는 정수
우리는 다른 수업을 들었잖아
너는 경제 나는 도덕
우리는 다른 종목을 응원했지
나는 역도
춤을 추고 싶을 때
나는 좋은 책을 읽어
화가 나는 날에는
밤하늘의 별을 세며
잠을 청하곤 해
그것이 바로 나의 수업
세 가지면 충분해
바른 생활 즐거운 생활
슬기로운 생활을
조화롭게 이어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