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굴뚝 위에 홀로 선
나는 공중 곡예사
날카로운 바람을 조이는
오래 전 버려진 나사
뽑혀 지고 부러지는
나의 묘기
내 이야기
보여줄게 들려줄게
떨어지고
흔들리는
외줄 위에 걸린 목숨들을
허름한 무릎을 꿇고
헐값에 미소를 팔며
숨죽여 눈물 흘렸을
움츠려 홀로 버텼을
한 번도 본적 없지만
네게 익숙한 묘기
부러진 부리로 추락한
가난한 저 새들이
이토록 소란한 땅 위를
떠나가지 못하는
그 이유를 그 까닭을
보여 줄게
들려줄게
기둥 위로 외줄 위로
올라야 했던
어쩔 수 없던
내가 포기 못한 이유를
저 붉은 잎들이
어떻게 해고됐는지
이 겨울 야윈 목들이
얼마나 매달렸는지
너희가 알아야 하는
불편한 묘기
저 많은 그늘을
누가 다 허물었는지
얼마나 많은 둥지를
우리가 빼앗았는지
무심코 저 질러 온
이 가혹한 서커스를
진짜 쇼를
저 많은 그늘을
누가 다 허물었는지
얼마나 많은 둥지를
우리가 빼앗았는지
무심코 저 질러 온
너의 그 묘기
저 끝나질 않을
누구도 나갈 수 없는
수없이 되풀이되고
누구나 광대가 되는
이 잔혹한 세상 속에
버티고 선 우리는
굴뚝 위에
공중곡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