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 날씨가 좋아
어젯밤 술 먹고 들어와
오후 세시가 넘게 퍼질러 잤어
심한 갈증에 잠에서 깨
물을 찾고 있는데
익숙한 번호로 걸려온 전화
(여보세요?)
오랫동안 연락 안 했던
한때 제일 친했던 친구
그랬던 걔가 결혼을 한다고?
그러니까 넌 잊지 말고 꼭 와야 한다고
ok 당연히 가야지
마무리하고 끊으려 하는데
갑자기 옛날 얘기가 나와
옛날에 너 참 잘 나갔잖아
첫사랑부터 결혼한 전 여자친구 얘기가 나와
그런데 요즘엔 만나는 사람은 있냐?
난 알바 뛰며 음악 하는 신세
연애한 기억도 까마득한데
그놈에 자존심 땜에 임자가 있다고 말했네
(망했다)
우리는 전화 한 통으로 맺어진 관계
연애는 해주지만 절대 사랑은 안돼
우린 결코 이뤄질 수 없어
그것만 알고 있으면 됐어
계약서 싸인해
준비됐어 지금 나갈게
내뱉은 말을 후회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지
내 주위 친구들에게
도움 요청을 보내봤지만
구해줄 사람 하나 없지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이 생각 하나
아 맞다 그게 있었지
어쩔 수 없잖아 들어가 보자
www.데이트 메이트
간단한 상담 전화 연결해 주더니
원하는 스타일 성격 의상 물어보네
아 내 입으로 말하기가..
좀 창피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상세하게 알려줬네
드디어 친구의 결혼식이 다가왔어
난 예식장에서 살짝 떨어진 카페로 약속 장소를 잡았지
카페에 들어가 묘한 기분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여신이 받았어
우리는 전화 한 통으로 맺어진 관계
연애는 해주지만 절대 사랑은 안돼
우린 결코 이뤄질 수 없어
그것만 알고 있으면 됐어
계약서 싸인해
준비됐어 지금 나갈게
분명 처음 봤어도
만난 지 몇 년 된 것 같은
사람이란 설명과 달리 완전히 초짜 같음
나보다 더 떨고 있잖아
나 무서운 사람 아니에요 잠깐만 있잖아
긴장 풀고 식 끝나면 밥이나 먹고 갑시다.
시간 됐어요 옷 챙겨서 일어납시다.
도착한 예식장, 생각보다 비싼 옷차림의 친구들이 많아
조금 우울한 기분이 들어
축하받는 분위기 속에 결혼식이 끝나고
식당에 들어가 조용한 테이블을 골라 밥을 먹고 있는데
우리 자리에 몰려앉는 고등학교 동창들
그녀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고
이어지는 어디에서 만났냐는 질문
당황한 나 대신에 그녀가 대신 대답해 주네
(뭐라고 했는지 알아?)
길에서 너무 괜찮아 보여 내 번호를 땄대
친구들은 부러움에 탄성을 치네
나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어
하지만 사실이 아니란 걸 알기에
마음을 숨겼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쉽지만 이만 헤어져야지
형식적으로 물어봤네 어디 사는지
그런데 웬일 나랑 같은 동네 살고 있잖아
그녀와 난 이제 동네 친구가 됐어
여기까지가 우리 둘의 얘기야
좀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원했겠지만
흠.. 아직 용기를 못 냈어
오늘 술 한잔하자고 얘기했는데
일 나가야 해서 오늘은 힘들대
실망한 척했지만 그녀의 손님이 나야
오늘은 용기를 내보려고
우리는 전화 한 통으로 맺어진 관계
연애는 해주지만 절대 사랑은 안돼
우린 결코 이뤄질 수 없어
그것만 알고 있으면 됐어
계약서 싸인해
준비됐어 지금 나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