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는 그대로일까
내 번호는 지웠을까
011 그대로일까
오늘 따라 궁금해
입술이 유난히 빨갰던 그녀
신입생 환영회 때 내 눈에 든 걸
코 밑의 점 안엔 앙큼함이 들었네
콩깍지에 씌인 내 과거의
기억 안에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온 선녀
난 나무꾼 같이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후 불면 날아갈까
가녀린 그녀의 손목
그저 바라만 봐
돈이 없어도 나름 행복했지
걷기 맛집 찾기 흔한 애칭으로
도배된 내 타임라인엔
더 잘해줄 걸 후회도 남아 있네
정동진에서 새해 대신
맞이했던 이별
괜히 괘씸했던 기억들은
잊혀진지 오래고 뭐가 뭔지도
몰랐던 첫 연애의 끝
She's gone
번호는 그대로일까
난 전화기 바꾸면서 지웠어
내 번호는 지웠을까
내 머릿속에서도 지웠어
011 그대로일까
전화를 할까 말까 할까
오늘 따라 궁금해
그래 공중전화
입술이 유난히 빨갰던 그녀
수많은 인파 속 정동진
막 해가 뜰 무렵 만난 첫 해
첫 해 아래서 만났지
그게 우리 드라마의 첫 회
소설 같은 첫 데이트
무작정 차도로 뛰어든 그녀를
난 치었네 내 차로 급하게 내려
새까만 큰 눈과 마주쳤네
눈물 가득한 Oh god
마치 방금 이별한 듯한
간단한 접촉 사고
무지 복잡해진 내 사고
미안해서 밥 사고 또 사고
또 사고 또 사고
지갑 사고 백 사고 그러다
결국 같이 사는 사이가 됐다고
난 계속 나이가 차고
맘 급해 애가 타
그녀에겐 marriage 먼 얘기지
애 같아
돈으로 미랠 살 수 있단 건
내 계산 착오
그녀는 떠났어 내 새 차 타고
번호는 그대로일까
난 전화기 바꾸면서 지웠어
내 번호는 지웠을까
내 머릿속에서 못 지웠어
011 그대로일까
전화를 할까 말까 할까
오늘 따라 궁금해
그래 엄마 전화
남들보다 입술이 유난히
빨갰던 그녀와
내 수위 높았던 첫 만남의
장소는 그녀의 애마
부인 할 수 없이 강렬했던 탓에
다 타버린 심지
응고돼 버린 연애 초
넌 툭하면 드라마 대사를 읊어
너 같이 날 천대했던 놈은
없다며 꼭 덧붙이네
전 남친의 지극 정성했던
그 지루한 각본에 내 맘은
조기종영 했어
부직포 같은 관계란 걸 모르고
니 집착의 접착은
떨어질 줄 모르고
불 붙어버린 밤이 지나면
떼어내기를 반복한 그 기억들은
니가 사준 지갑처럼 빛 바래
속을 새로운 만남으로
채워가는 중 내 몸에
남겨 놓고 간 니 지문의 흔적
씻어내지 못해 어쩌다
가끔 보고플 뿐인데
넌 어디서 뭐 할까
번호는 그대로일까
난 전화기 바꾸면서 지웠어
내 번호는 지웠을까
내 머릿속에선 아직 못 지웠어
011 그대로일까
전화를 할까 말까 할까 아냐
오늘 따라 궁금해
그래 *23#
밤이 됐건 낮이 됐건
모든 걸 주고 간 그녀
또 죽어라고 보고 싶은
모든 걸 가져 간 그녀
주지도 못한 받지도 못한
내겐 늘 미안한 그녀
궁금해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유난히 빨간 입술의 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