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면 눈이 떠진다네 새벽 4시면 정류장 앞이지
우리는 매일 첫차를 타는 사람들 (이 버스는) 강남 가는 버스
첫차엔 사람들로 가득해 빌딩으로 아파트로 주차장으로
누구보다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 하루 밥을 벌러 가는 사람들
매일매일 첫차를 타는 건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빌딩을 번쩍번쩍 광을 내도 아파트를 윤나게 청소해도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해도 지하 주차장에서 가쁜 숨을 쉬어도
우리는 그저 이름 없는 사람 다들 비슷해 보이는 사람
조용해서 들리지 않는 사람 투명 인간으로 사는 사람
도시락 펴놓을 공간도 없어(점심시간에)
때론 변기 위에서 밥을 먹기도 하지
물 내리는 소리에 맞춰 밥을 먹지
(거를 순 없어) 버텨야 하니까
이름표를 봐요 나도 이름은 있어 진짜 내 이름을 불러줘
(어이, 노인네. 어이, 노인네. 어이, 노인네. 어이, 노인네)
(어이, 임계장. 어이, 임계장. 어이, 임계장. 어이, 임계장)
(어이, 아줌마. 어이, 아줌마. 어이, 아줌마. 어이, 아줌마)
나도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빠라네)
공부 안 하면 나처럼 된다고 몸 쓰는 일보다 머리를 쓰라고
몰라서 하는 소리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가 없다면 이 도시는 엉망이 될 거야
전쟁 같은 하루가 지나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퇴근 시간
땀내 나는 유니폼을 벗고 오롯한 나로 돌아오는 시간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 하루 피로는 이곳에 벗어두고
내 가족에게 돌아가는 시간 몸과 마음이 쉬는 시간
첫차가 올 때까지
새벽 3시면 눈이 떠진다네 새벽 4시면 정류장 앞이지
우리는 매일 첫차를 타는 사람들
(이 버스는) 강남 가는 버스
우리는 그저 이름 없는 사람 다들 비슷해 보이는 사람
조용해서 들리지 않는 사람 투명 인간으로 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