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
넌 항상 어린 아이일 줄만 알았는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너에게 해줄 말이 없지만
네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에 내 가슴 속을 뒤져 할말을 찾지
공부해라 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
성실해라 나도 그러지 못했잖아
사랑해라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너의 삶을 살아라
아빠. 나 춤이 너무 좋아요. 나 우리나라 최고의 무용가가 되고 싶어.
이런 정신나간 기집애를 봤나. 곱게 키워놨더니 고작 무용? 다 큰 기집애가 사람들 쳐다보는 무대에서 춤이나 추면서 살겠다는거야?
춤이 어때서 그래. 아빠 나 우리 학교에서 내가 제일 잘 해. 선생님도 매일 칭찬한다니까. 나 진짜 잘할 수 있어요. 나 정말 잘할 수 있어. 그러니까 내가 이사도라 던컨…
시끄러워. 세상 꿈으로 살아가는 거 아냐. 돈으로 살아가는거지.
너는 그냥 좋은 대학가서 졸업하면 아빠가 하고 있는 사업이나 물려받아.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두번 다시 춤 얘기 하지 마.
아빤 모르잖아. 생각도 안해봤잖아. 내가 뭘 원하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한번도 물어보지 않았잖아.
난 한참 세상 살았는 줄만 알았는데 아직 열여덟이고
난 항상 예쁜 딸로 머물고 싶었지만 이미 미운털이 박혔고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알고픈 일들 정말 많지만
아빤 또 늘 같은 말만 되풀이하며 내 마음의 문을 더 굳게 닫지
공부해라 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
성실해라 나도 그러지 못했잖아
사랑해라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너의 삶을 살아라
내가 좀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던 걸 용서해줄수 있겠니
넌 나보다는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약속해주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