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이러고 들어가다 별안간 걱정하나 생겼지.
‘내가 아무리 궁수남아가 되었을 망정 반남박가 양반인디
호방을 보고 허게를 허나 존경을 허나
아서라 말은 허되
끝은 짓지말고 웃음으로 때울 수 밖에는 수가 없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 박생원 어쩐 일이시오?”
“거 참 호방 본 지 오래로고 허허허허.”
“어찌 이리 들어왔소?”
“양도가 부족허여, 환자 한 섬만 꾸어주면 가을에 착실히 갚을테니 호방 생각은 어떨런지 허허허.”
“아, 박생원 그러지 말고 품이나 한 번 팔아보시오.”
“아니, 돈 생길 품이라면 팔고 말고 해? ”
“ 다름이 아니라, 우리 고을 좌수가 영문에 잡혔는디 대신 가서 매 열 대를 맞으면 한 대에 석 냥 씩 서른 냥은 꼽아 논 돈이오, 마삯까지 닷 냥 제지했으니, 그 품 한 번 팔아보시오.”
“매품 팔러 가는 놈이 말 타고 갈 수 있는가? 내가 정각 말로 다녀올테니 그 돈 닷 냥을 날 내어주지.”
중모리)
저아전 거동을 보아라.
괘문을 철컥 열고 돈 닷냥을 내어주니
흥보가 받어들고
“다녀오리다. 편안히 다녀오시오.”
박흥보 좋아라고 질청 밖으럴 썩 나서서
“얼씨구나 좋구나. 좋구나 돈 봐라 돈 돈봐라 돈돈 돈 돈 돈 돈 봐라 돈.”
떡국 집으로 들어가서 떡국 한 푼 어치 사서 먹고, 막걸리 집으로 들어가서 막걸리 두 푼 어치를 사서먹고, 어깨를 느리우고 죽통을 빼뜨리고 대장부 한 걸음에 엽전 설흔 닷 냥이 들어를 온다. 저의 집으로 들어가며
“여보게 마누라. 집안 어른이 어디 갔다가 집안이라고서 들어오면 우루루루 쫒아나와 영접허는 게 도리 옳지. 계집이 이사람아 당돌이 앉어서 좌이부동이 왠일인가 에라 이사람 요망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