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아이
- 황 명걸
배가 고파 우는 아이야
울다 지쳐 잠이 든 아이야
장난감이 없어 보채는 아이야
보채다 돌맹이를 가지고 노는 아이야
네 어미는 젖이 모자랐단다.
네 아비는 벌이가 시원치 않았단다.
네가 철나기 전에 두 분은 가시면서
어미는 눈물과 한숨을
아비는 매질과 술주정을
벼 몇 섬의 빚과 함께 남겼단다.
뼈골이 무서지게 일은 했으나
워낙 못사는 나라의 백성이라서
뼈골이 부서지게 일은 했으나
워낙 못사는 나라의 백성이라서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야
사채기만 가리지 않으면
성별을 알 수 없는 아이야
누더기 옷의 아이야
계집아이는 어미를 닮지 말고
사내아이는 아비를 닮지 말고
못사는 나라에 태어난 죄만으로
보다 더 뼈골이 부숴지게 일을 해서
멀지 않아 네가 어른이 될 때에는
잘사는 나라를 이룩하도록 하여라
멀지 않아 네가 어른이 될 때에는
잘사는 나라를 이룩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명심할 것은 아이야
일가 친척 하나 없는 아이야
혈혈 단신의 아이야
너무나 외롭다고 하여
숙부라는 사람을 믿지 말고
외숙이라는 사람을 믿지 말고
그 누구도 믿지 말고
가지고 노는 돌맹이로
미운 놈의 이마팍을 깔 줄 알고
정교한 조각을 깎을 줄 알고
하나의 성을 쌓아올리도록 하여라
맑은 눈빛의 아이야
부드러운 눈빛의 아이야
빛나는 눈빛의 아이야
불타는 눈빛의 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