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 손엔 앨범 졸업장과

학사모를 쓰니

이제야 정말 졸업한다

실감이 나는데

후배들의 부러움도 선배들의

조언들도

귀에 들어 오지 않는데 왜 엄마의

걱정 같은

재촉만 자꾸 들리는 걸까 어떡해

나 졸업인데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

나 졸업하면 지금보다 나아지려나

오랫동안 사귀었던 내 친구들 안녕

오랫동안 즐거웠던 내 청춘도 안녕

지난달에 이어서 월세는 또 밀렸어

이번 달 역시 차빈 부모님께 빌렸어

말쑥한 정장 한 손에 들린 이력서

질문과 대답 이젠 면접조차 질렸어

동기들의 반은 취업 준비생이 됐고

할게 없던 친구는 원서를

대학원에 냈고

집 좀 살던 다른 친구 놈은

카페를 냈고

예뻤던 여자친구는

남의 아내가 됐고

언제나 꿈꿔왔던 성공스토리 만화

희미하게나마 바랜 기억으로 남아

추억은 캠퍼스 벚꽃 아래 묻어 뒀지

막연한 기대 한 송이는 남기고 걷지

마냥 사회로만 진출을 꿈꿨지

노란 꽃다발로 로망은 무너져

내일도 난 동방에서 노닥거릴 거란

꿈을 꾸고 두려운 내 맘은

모를 꺼야 그 누구도

나 졸업인데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

나 졸업하면 지금보다 나아지려나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될 거라는데

탄탄대로는 바라지도 않았는데

조바심이 나는걸 어떡해

인생의 기대치는 이미 Down

나다운 삶을 살자고 했던

것도 잊은 지가 오래 나만 이런 걸까

그 봄에 우린 조금 아플지도 몰라

돌아보면 우리 이야기는

아물어 있겠지

오랫동안 사귀었던 내 친구들 안녕

오랫동안 즐거웠던 내 청춘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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