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절 사랑 하신다구요
아휴 그게 정말인가요
네 아니 뭐라구요
저하고 결혼 하자구요
어머
내 달에 결혼식을 올리고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가자구요
아이 어떡하면 좋아
저 며칠 두고
좀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이 봐요 미스 김
그 전화는 통화가 안 될텐데
아침부터 고장이 나
있었단 말이야
알고 있어요
다만 그런 전화를 받는 기분이
어떨까 싶어서
한 번 그래 본 거에요
여보세요 미스 김 안녕하세요
여기는 청파동 청년 박이요
지나 간 일요일은 약속한대로
하루 종일 극장 앞에
비를 맞으며
기다리게 하였으니 고맙습니다
여보세요 박 선생 오해 마세요
남의 속 모르는 무정한 말씀
지나 간 일요일은 감기 몸살에
하루 종일 빈 방에서
쓸쓸히 홀로
여자 마음 몰라주니 야속합니다
여보세요 미스 김 정말 미안해
아니요 박 선생 천만에 말씀
닥쳐 올 일요일은 단 둘이 만나
아베크는 대천 바다
인천 월미도
젊은 날의 전화 통신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