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뜨면 열한 시
하루의 반을 그냥 보냈어
빈속을 달래려 잡은 건
오늘의 시작 라면이구나
눈 비비고 물 끓이고
자 이제 시작이다
방구석 한켠에 작업대
쓰다만 작은 메모 조각들
순식간에 지나간 오후
괜찮아 내겐 긴 밤이 있어
모두 잠든 깊은 이 밤
또 시작이다
삶이 힘겨운 건 답답한 건
뒤처진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욕심인 걸 순간인 걸
천천히 뒤를 보며 갈래 난
멈출 수 없는 내 발걸음
다크서클도 막을 수가 없어
수줍게 밝아오는 하늘
그래 이제 난 다시 시작이다
잠시 달콤한 건 화려한 건
조급한 내 마음을 부추기지만
즐거운 걸 행복한 걸
내 삶을 그냥 안고 갈래 난
삶이 힘겨운 건 답답한 건
뒤처진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욕심인 걸 순간인 걸
천천히 뒤를 보며 갈래 난
귓속에 울리는
낮은 숨소리들 이제
어둠을 헤치고
비바람 뚫고 솟아오르기를
둥지를 떠난 저 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