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님, 형수님 아이들이 굶고 있습니다. 먹을 것 좀 주세요.”
놀부 부인이 대문을 벌컥 열고 소리쳤어.
“뭐? 먹을 거요? 그런 게 어디 있어요? 형님이 썩 물러가라잖아요!”
그러면서 손에 들고 있던 밥주걱을 휘둘러 흥부 뺨을 철썩! 때리는 거야. 흥부가 놀라 뺨을 만지니 밥풀이 만져졌어. 밥풀에서는 향긋한 밥 냄새가 났지.
“아니, 형수님 이쪽 뺨도 때려 주세요.”
흥부가 반대쪽 뺨을 내밀었어.
“아이고, 그 밥풀도 아깝다, 아깝다고요!”
놀부 부인이 펄쩍펄쩍 뛰며 소리쳤지.
“흑흑흑. 너무 하세요.”
흥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빈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
겨울이 가고 따스한 봄이 왔어. 따뜻한 봄을 찾아 멀리서 날아온 제비 한 쌍이 흥부네 처마 밑에 둥지를 틀었지.
“제비들이 따뜻한 봄을 잘 보내야할 텐데.”
“그러게요. 먹을 것이 부족하면 어쩌지요?”
“에휴, 저 제비들도 참. 우리 같은 가난한 집 말고 부잣집에 들어가 둥지를 틀면 좀 나을 텐데…….”
그런데 어느 날 제비 새끼들이 몹시 시끄럽게 우는 거야.
“지지배배, 지지배배”
“제비들이 왜 이렇게 울지?”
흥부가 가보니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가 제비 둥지 앞에서 입을 쫙 벌리고 새끼들을 잡아먹으려고 하는 거야.
“아 이놈! 썩 물러가거라!”
흥부는 긴 막대기를 휘둘러 구렁이를 쫓았어. 그런데 구렁이를 보고 놀란 제비 새끼 한 마리가 둥지에서 떨어져 그만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단다.
“이런, 다리가 부러졌잖아. 아~ 불쌍하기도 해라. 여보, 헝겊이랑 실 좀 갖고 와요.”
흥부는 제비 새끼를 보듬어 안고, 부러진 다리를 정성스럽게 헝겊으로 묶어 주었어. 제비 새끼는 흥부의 도움으로 무럭무럭 자랐어.
“지지배배, 지지배배”
가을이 되자, 흥부네 제비는 마당을 빙빙 돌더니 따뜻한 남쪽 나라로 날아갔어.
“허허, 제비들이 인사를 하고 가나보네. 잘 가거라. 내년에 또 오거라~”
흥부네 가족도 손을 흔들며 인사했지.
겨울이 가고 또다시 새봄이 왔어. 어느 날 제비 한 마리가 날아와 흥부네 마당을 휘휘 맴을 도는데 가만 보니 다리가 부러졌던 그 제비가 아니겠어?
“아니, 너는? 그 때 그 제비 아니냐? 허허. 정말 다시 왔구나.”
흥부가 반갑게 인사하자 제비는 흥부 머리 위를 빙 돌더니, 박씨를 툭 떨어뜨렸어.
“아니, 이게 뭐지? 박 씨잖아. 우리한테 주는 거냐? 고맙구나, 제비야!”
흥부는 울타리 밑에 박 씨를 심었어. 그런데 하루 만에 박에서 싹이 나더니, 덩굴은 쑥쑥 뻗어 나가는 거야. 어느새 흥부네 지붕에는 보름달 같은 둥근 박이 주렁주렁 열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