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진다 맘이 약해진다
동공이 탁해진다
정체성 없이 정체된 내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주제파악이란 걸 하게 됐어
날 과대평가 했어
결론은 그거야
난 나은 놈이 아니었다는 걸
사회라는 조직에서
눈 밖에 난 놈이 었다는 걸
20대 객기와 열정은 객사한지 오래야
건진 건 쓸모없는 아집과 약간의 노련함
사기도 몇번 당하고
상처는 자주 덧나고
정 주기는 겁나고 닳고 달아보니깐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서 방관하면서
모든 세상일에 딱 두 발정도 뒷걸음쳤어
난 많이 식었어 이젠 모든게 미적지근해
조금만 무리해도 몸이 벅적지근해
내 앞가림 하기도 머리가 지끈지끈해서
방관이라는 고약한 버릇이 몸에 베었어
잘 되던 일이 서로 욕심 땜에 꼬였어
의심들이 사실이 돼가는걸 지켜보면서
난 자꾸 한걸음씩 물러서
말도 안나오고 눈물 만이 흘러서
무뎌지는 나의 칼날
흐려지는 나의 신념
철 없던 시절 내 꿈 속에
나는 이상이란 용을 잡는 기사
세상의 고민 다 떠맡은 숨은 의국지사
아 근데 눈 떠보니까
난 현실이라는 작은 집조차도
잘 관리못하는 무능한 집사
아 점점 멀어져 가
내 꿈과 현실의 격차는 점점 벌어져 가
삶이란 치열한 전투 속에
내 청춘은 죽었어
뜨거웠던 시간들은 추억 속에 묻었어
뭐 또 새로 시작 하는게 겁이 나
내 꿈과 미래은 이딴 식으로 접히나
영양가 없는 고민들은
내 시간을 폭식해
이상은 게으르고 쓸데 없는 살만 붙어
유행감각은 예전보다 훨씬 무뎌
내 운은 비극적이게도 하루종일 묵념
입에다 풀칠이나 하며 살 수 있는 걸까
이러다 결혼이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걸까
무뎌지는 나의 칼날
흐려지는 나의 신념
느낄 수 있을만큼 빠르게 변해간다
세상은 이런 거라고 위로해보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다
서러움에 눈물한 없이 흘러내린다
돌아오지 못할 강물처럼 흘러간다
다시오지 않을 아름다운 나의 청춘
어릴 땐 뜬구름이라도 잡았었지만
지금은 책임감이 먹구름이 돼
추격하고 있다
너무 많이 세상을 알아버린 걸까
아니면 한치도 아니지도 못한 걸까
감정은 메말라서 남들 다 흘리는
눈물도 몇번을 쥐어짜야
눈꺼풀에 겨우 맺히고
날아갔어 무모한 객기도 넘치던 패기도
눈물처럼 증발했어
눈가에 주름만 생기고
무뎌지고 흐려져 나 때때로 부풀어져
만만하던 세상이 무서워져 산다 또한
우리네 아버지들처럼
흐르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졌어
흐르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졌어
졌어
서른 넘어서 군대를 간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