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보고 싶은 밤
우린 언젠가 만나겠지만
오늘따라 말하고 싶다
사랑했다고
정말 사랑했다고
지금도 사랑한다고
가슴 속에 남아 있다고
천마초 운동장 스카우트 야전 훈련
캠프파이어 끝났으니 취하세요 숙면
나 빼고 옹기종기 다들 이불 속에 숨어서
마리오 카트 순위 싸움, 나는 그게 부러워
새벽에 집으로 전화를 걸었지
선생님 몰래 학교 정문으로 조용히
기다리다가 만난 할아버지는
내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나를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
꾸겨진 검은 봉다리를 까치발로 받았지
봉투 속에는 핸드폰 충전기와 닌텐도DS
그때 나의 레이스 순위는 1등이었어
물론 뒤에서 이것 말고도 나만을 위해서
평생 조건 없이 사랑 주셨지
나도 정말 철없지
그게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떠나고 나서야 깨달아 버렸으니
할아버지가 보고 싶은 밤
우린 언젠가 만나겠지만
오늘따라 말하고 싶다
사랑했다고
정말 사랑했다고
지금도 사랑한다고
가슴 속에 남아 있다고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다가 찾아갔지 석남동
물으셨어, 손주 시험 본 거 붙었냐고
당신 꿈에서는 손주가 합격했었다고
너무 아픈 성장통, 성장통
그게 뭐라고 짜증을 냈을까
어쩌면 말야 붙었다면
가시는 마음이 편했을까
아셨던 거 같아
얼마 안 남은 여생의 기력
나는 몰랐지 미처
간절히 바랐지만 기적
3주 후 우리의 이별
꽃이 피고 지듯이 천국으로 이끄신
그분의 옆자리에서 지켜봐 줘 지그시
믿음직하게 할머니 옆을 지키고 있을게
이 땅에서의 끝이 끝이 아닌 걸 꼭 믿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