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천봉 운심처에 석벽 굽은 길로 미록타고 호로병차고 저불고 불로초 메고 쌍상투 짷고 색등걸이 입고가는 저 아희야 네 어디로 가자느냐 산 좋고 물 좋은데 앵무 공작 비취 봉황이 쌍쌍이 날아드니 별유천지 비인간이라 절승경개를 다 버리고 네 어디로 가자느냐 게 좀 섰거라 말 물어보자
채약하는 아희가 사업을 다 떨치고 태공자 효측하야 점심 보습을 등에다 지고
세백사 가는 그물 삼절오죽에 벗을 삼아 구절죽 멧둑 꺳묵 파리 밥풀
왼갖 미끼를 갖추어 차려 조그만 주머니 넣어 차고
앞내 여울 오르는 고기 뒷내 여울 내리는 고기 자나 굵으나 굵으나 자나
함부로 휘몰아 옦아 낚아 낚아 옦아 내어 다래끼에 넣고 종다리에 담아
시내 강변 능수버들 동으로 벋은 움버들가지 에화 지끈 우지끈 뚝딱
장단맞춰 꺾어 내려 거꾸로 잡고 끝으로 서너잎 남겨 조로록 훑어
아가미를 남 보기 좋게 느슬느슬 뀌어 들고 가는 길에 석양세우 녹수풍에 은광이 고루 모여 은린 옥척이 많이 노니 또 저 고기를 잡으려면 우리 부모 홍안 처자 끓이고 볶고 삶고 지져 때 먹기가 늦어가니 아나 얘야 이 아희야 이 고기를 위선 먼저 너를 줄게 싫다마다 차탈피탈 핑계 사양말고 지날 영로에 님의 집에 잠깐 들러 전하여 주렴
그 아희놈 말 대답하는 말이 소동은 범간 아희가 아니오라 천상의 선동으로 약밭 가옴 하옵다가 옥황상제 태상노군 원시 천존제대선관의 명을받아 방장 봉래 영주 삼신산 불로초와 불사약 면약 단약 선약이며 이화전 계초전을 다 두루 돌아가옵더니 일세를 살피오니
해는 거의 황혼이라 기운을 잠깐 차려 보습 쟁기를 고쳐 지고 부소 송악 쑥 들어가서
남원 산전 마저 갈고 갈 길이 장차 십만 팔천리라고 전할지 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