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닐숨

집에 오다가 울화가 치밀어
잘 먹지도 않는 소주를 샀지
돈이 없으니 안주 역시 없지
생으로 삼켜 버리려나 보다
늘어놓을 푸념만 쌓여 가고
할 말은 늘고 이 외로운 속을
풀어야만 하겠다마는
불러낼 사람은 어디도 없네
나에겐 나타샤가 없으니까
흰 나귀는커녕 달려 있는
발도 낙원으로 가지는 못해
답답함은 옛날부터 있었는지
어떤 시인 선생님은
이렇게 말하셨지
세상 따위는 더러워 버리는 것
세상 따위는 더러워 버리는 것
오늘도 버리지 못하는
나는 또 여기에
작은 상에 술병과 잔을 놓고
따르고 마시기를 몇 시간을
취하려 해도 말짱해 지기만
여전히 달지 않고 쓰디쓰다
보는 이 없으니 악을 쓰고
상을 뒤엎고 비겁한 패악질을
부려도 붙을 싸움이 없어
나타샤도 없는
이런 지상낙원 따위
참 재미가 없네
흰 눈이 나리는 겨울이 오면은
털어 내고 일어나려나
한숨은 바람이 돼 불어 대는데
기다리는 마음에겐
마가리가 멀다
세상 따위는 더러워 버리는 것
세상 따위는 더러워 버리는 것
오늘도 버리지 못하는
나는 또 여기에
이 밤이 지나면
또 날이 밝아 오겠지 뭐 그렇겠지
새벽이 가까워 오니
남은 술과 노래가 다하기까지
다시 한 번 외쳐
세상 따위는 더러워 버리는 것
세상 따위는 더러워 버리는 것
세상 따위는 더러워 버리는 것
세상 따위는 더러워 버리는 것
오늘도 버리지 못하는 나는
숙취는 조심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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