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건너며

거닐숨

합정에서 당산으로
넘어가는 저녁은
느릿하게 흘러가는
한강만큼 어둑해
하루에 두 번 같은 곳을
반대로 지나듯이
머릿속의 그림들도
무심히 뒤집혀 있지
오늘 하루 참 많이 힘들었어
오늘 하루 참 많이 피곤했어
한 번 들어서고 나면
끝까지 갈 수밖에
갓길이나 갈림길은
찾아볼 수도 없어
저 트인 강도 가는 곳만
수직으로 다를 뿐
예상되는 내일들은
같을지도 모르지
오늘 하루 참 많이 힘들었어
오늘 하루 참 많이 피곤했어
오늘 하루 참 많이 속상했어
오늘 하루 참 많이 화도 났어
오늘도 난 이 다리를
두 번 지나치고
같은 칸의 누군가를
또 만났을지도
아쉽게도 난 그대가
기억이 안 나고
갈아탈 위치를 찾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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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닐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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