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용 개가 묻힌 야산
며칠 째 구름 관찰했다
어떨 땐 토끼 모양이고
때론 살인자 얼굴이다
몇 년 전 일기를 들춰봤다
몇 년 전 일지를 검토했다
어떤 건 완전 엉터리고
어떤 건 봐줄 만은 하다
그저께 산 부엌칼로
어저께 산 지구본을
수박 썰 듯 썰어봤다
안 썰린다
오늘은 친구 빈소를 갔다
문상을 하고 담배를 샀다
집까지 마냥 걸어왔다
구름은 변화무쌍했다
오늘도 밥을 사 먹었다
오늘은 술을 안 마셨다
금 시세표를 한참 봤다
모레엔 조카 돌잔치다
그저께 산 부엌칼로
어저께 산 지구본을
수박 썰 듯 썰어봤다
안 썰린다
자전걸 타고 오래갔다
멈추니 이미 어두웠다
희뿌연 뭔가 움직였다
휘파람 소리 뒤따랐다
유심히 갈대숲을 봤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
알 수 있었다 막연하게
내가 무엇을 보았는지
그저께 산 부엌칼로
어저께 산 지구본을
수박 썰 듯 썰어봤다
그저께 산 부엌칼로
어저께 산 지구본을
수박 썰 듯 썰어봤다
그저께 산 부엌칼로
어저께 산 지구본을
수박 썰 듯 썰어봤다
안 썰린다 안 썰린다
안 썰린다 안 썰린다
안 썰린다 안 썰린다
안 썰린다 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