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면서도 사랑밖에 서 있었다 (시낭송)

고재근


너는 항상 내곁에 그림자로 맴돌지만 짙은 어둠 스며들어 빛들마저 사라지면 어디론가 소리없이 바람으로 떠나간다

허락된 시간만큼 사랑안에 머물며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밖에 서있는건 바람닮은 니 모습이 두려운 까닭이다

머물다 사라지고 투명하게 돌아오는 바람의 그 의미를 전혀 알수없어서 니가 떠난 새벽두시 그 길목을 서성이며 사랑잃은 내 안에서 슬픈춤을 추고있다

헤어짐을 준비하는 창백한 얼굴로 눈물보다 더 아픈 안타까운 몸짓속에 한마리 새처럼 외롭게 춤을 춘다

니 영혼에 뿌리내려 안주하고 싶으련만 바람닮은 니 사랑이 낯설게만 느껴져 벌거벗은 나무처럼 사랑밖에 서있다

새벽이 밝아오면 바람이 불어오고 사라진 그 사랑이 되돌아 오건만 표정잃은 속사이로 사랑밖에 서있는건 너의 돌아섬을 예감했기 때문이다

그순간에 그 아픔을 얘기하고 싶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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