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아도 그릴 수 있는 외로움과
지워지지 않는 어제의 차가운 눈물 자국
어디를 둘러봐도 지난 밤과 다를 것 없는 모습들
익숙해져버린 어둠속에서 벗어나고 싶어
희미하던 시계소리 조금씩 나의 방을 가득 채우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잠이 들고 말지
굳게 닫혀진 창문 너머로 들어온 햇살은 또 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 걸 나에게 가르쳐주고
책상위에 유리병 그 안에 피어난 이름없는 하얀꽃
어제보다 조금 자라보이는 건 나의 소망일까
숨을 수도 피할 수도 떠날 수조차 없는 좁은 공간에서
말도 없이 항상 나를 바라봐 주는 너
나에게 대답해줘 이런 세상도 괜찮은건지
언제나 되돌아 오는 것은 유리에 비친 나의 얼굴
잡으려 애써봐도 너에게 닿을순 없는건지
보이지 않는 벽 앞에 서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
처음 만났던 날의 아름다움도 빛을 잃어 가고
꿈꾸게 해줬던 향기도 남아있지 않아
창너머 세상은 내일을 향해 끝없이 변해가지만
이 순간에도 변하지 않는 단 하나 유리병 속 내 모습
조금도 후회는 없어 그렇게 자신을 속여왔어
하나씩 떨어지는 꽃잎에 눈물 흘리면서
나에게 대답해줘 지금 그대로 괜찮은건지
도대체 언제까지 거기서 계속 울고만 있을거야
아무리 외쳐봐도 나에게는 들리지 않는걸
보이지 않는 벽 앞에 서서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또 하루가 지나도 이미 익숙한 깊은 어둠속을
벗어나지 못한 채 잠이 들어 버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