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아닌 듯

백지영

서서히 조금씩 멈춰서고 있네요
서러운 마음이 내게 밀려와도
더 이상은 갈 곳이 없는
사랑의 끝에 섰죠
찬란했던 참 요란했던
우리 사랑도
결국 똑같은 다를 것 없는
흔한 사랑 얘기
우리 사랑한 적도
사랑하지도 않은 것처럼
우리 두근거림도
작은 떨림도 없던 것처럼
그저 넌 담담하게 끝을 말하네요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닌 듯
모든 걸 믿었던 따스했던 우리가
모든 걸 걸었던 미쳤던 마음도
더 이상은 이룰 수 없는
비극의 끝에 섰죠
찬란했던 참 요란했던
우리 사랑도
그저 아무런 소용이 없는
하찮은 이야기
우리 사랑한 적도
사랑하지도 않은 것처럼
우리 두근거림도
작은 떨림도 없던 것처럼
그저 넌 담담하게 끝을 말하네요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닌 듯
가여운 가슴이 참지 못해
눈물이 흐르고
스치는 바람은 지난 초라한
내 열정을
마구 비웃 듯 몰아쳐요
다시 돌아갈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추억아
모두 흩어져버린
사라져버린 나의 마음아
내 맘을 휩쓸었던 사랑이라 해도
스치는 세월에 한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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