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아침해는 저만치
낯 익은 오후가 새침하게 내려와
눅눅해진 여름이불과 헌 운동화를
커다란 고무대야에 한가득
어느 만화영화의 주인공처럼
눈에 담고 싶던 어느 영화 속 장면처럼
무지개 비눗방울을 올라 타고서
저 하늘위로 그대와 이렇게 둘이서
첨벙첨벙 살랑살랑
발가락이 간질간질
둘이 손을 마주잡고
팔작팔짝 하늘을 날면
구름따라 소근소근
살랑바람이 간질간질
옥탑방의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삐죽삐죽
구름마저 속삭이던
어느 빨래 잘 마르던 날
늦은 점심을 함게 나누고 나면
라디오에선 행복한 음악이 들려와
너와 함께라면 무엇을 해도 좋은
아주 기분 좋은 그런 멋진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