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쯤 춘천 동면 연산골
할머니 할아버지가 하시는 술집에 갔다
골짜기 들어가는 내내 눈이 내렸지
형은 낯선 곳에 가면 술집부터 찾는다
그 골짜기에는 술집이 두 곳 있었지
형이 좋아하는 허름한 집들
무협영화에 나오는 그런 집
서까래가 훤히 보이는 삼각형 낮은 집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자식들 키우던 사랑방 거기 술상이
차려져 있었다 조 껍데기 술과
형은 낯선 발음에 재미있게 자꾸 시켰다
술을 먹다 누가 잡아가나 아니 술 먹다
느닷없이 죽을까봐 내기하듯 퍼마셨다
조 껍데기에 사레가 들려 형은
재채기를 12번 하고 멈췄지
가격표도 없고 화장실도 없고
밖으로 나가 밭에다 볼일 보던 곳
오줌 누러 나간 형 형은 한참 있어도
돌아오지 않아 형을 찾아 밖으로 나가봤지
나도 취해 문 열고 밖으로 나갔지
눈이 펑펑 쏟아지는 하얀 밤
형을 불렀다 형은 눈밭에 누워 있었고
그냥 놔도 나 그냥 놔둬 그냥 놔뒀다
형 가자 여기서 자면 얼어 죽어 일어나 빨리 형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