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여 곽 씨 부인 아무리 생각하여도
살길이 전혀 없는지라 유언을 허는디..
가군의 손길 잡고 유언하고 죽더니라.
“아이고 여보 가군님
내 평생 먹은 마음 앞 못 보신 가장님을
해로 백 년 봉양 타가 불행망세 당하오면
초종장사 마친 후에 뒤를 쫓아 죽잤더니
천명이 이뿐인가 인연이 끊쳤는지
하릴없이 죽게 되니
눈을 어이 감고 가며 앞 어둔 우리 가장
헌 옷 뉘랴 지어주며 조석 공대 뉘랴 허리?
사고무친 혈혈단신 의탁할 곳 바이없어
지팡막대를 흩어 짚고 더듬더듬 다니시다
구렁에도 떨어지고 돌에 채여서 넘어져서
신세 자탄 우는 모양 내 눈으로 본 듯하고
기한을 못 이기어 가가문전 다다르며
밥 좀 주오 슬픈 소리 귀에 쟁쟁 들리난듯
나 죽은 혼백인들 차마 어찌 듣고 보리.
명산대찰 신공 들여 사십 이후 낳은 자식
젖 한 번도 못 먹이고 얼굴도 채 모르고
이 지경이 웬일인고 이 일 저 일을 생각 허니
멀고 먼 황천길을 눈물겨워 어이 가며,
앞이 막혀서 어이 갈고.
여보시오 가군님
뒷마을 귀덕 어미 절친하게 지냈으니
저 자식을 안고 가서 젖 좀 먹여 달라 허면
괄시 아니 하오리다.
저 저 자식이 죽 자식이 죽지 않고
제 발로 걷거들랑 앞세우고 길을 물어
내 무덤 앞을 찾아오겨.
아가 이 무덤이 너의 모친 분묘로다
가라 쳐 모녀상봉을 허게 허오.
할 말이 장차 무궁하나
숨이 가빠서 못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