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향
- 송동균 시
어릴 때 놀이터가 된
주인없는 돌감나무는 즈믄 세월 씹으며
예대로 서 있지만
늙은 버드나무는
어느결 삼단 머릿단을 잃었구나
서울 그려 떠나간 순이 이지러진 나물 바구니엔
꿈이 바랜 졸음이 가득 담겨 있고
내가 말을 삼아 하늘을 내닫던 살구나무와
탐스런 시절을 닦던 대추나무는
고목 드리우고 빛나는 수절인데
옹달샘에 내린 쪽달을 퍼내던
아낙의 꽃다운 인심은 어디로 갔는가
산비둘기도 요순을 만난 듯
평화롭게 노닐던 하얀 모래밭 길에
고추 잠자리 한 마리 묻어두고
하멀리 어린 시절은 떠났는데
나를 닮아 모래집을 누가 지었는가
집마다 소박한 꿈을 엮어내는
싸립 대문은
어느 손 기다려 밤낮 예대로 열려 있고
개울 건너엔
대나무 창살 사이
호롱불 심지에 빨려드는 신방의 밀어가
밤새도록 흔들리고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