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긴긴 철교위를 달리는 쏜쌀같은 전철에 지친 몸을 싣고
우리는 그 강물에 빛나던 노을도 진, 아아, 어두운 한강을 건너
집으로, 집으로 졸며...
우리는 신성한 노동의 오늘 하루, 우리들 인생의 소중한 또 하루를
이 강을 건너 다시 지하로 숨어드는 전철에 흔들리며 그저 내맡긴 몸뚱아리로
또 하루를 지우며 가는가...
창백한 불빛 아래 겹겹이 서로 몸부대끼며 사람의 슬픔이라는 것이 다른 그 무엇이 아니구나
우리가 이렇게 돌아가는 곳도 이 열차의 또다른 칸은 아닌가
아 그 눈빛들, 어루만지는 그 손길들...
우리는 이 긴긴 터널길을 실려가는 희망없는 하나의 짐짝들이어서는 안되지
우리는 이 평행선 궤도 위를 달려가는 끝끝내 지칠 줄 모르는 열차 그 자체는 결코 아니지, 아니지 우리는
무거운 눈꺼풀이 잠시 감기고 깜빡 잠에 얼핏 꿈을 꾸지
열차가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 찬란한 햇빛 세상으로
거기 사람들 얼굴마다 삶의 기쁨과 긍지가 충만한,
살만한 인생, 그 아름다운 사람들...
매일처럼 이 열차를 기다리는 저 모든 사람들
그들모두, 아니 우리들 모두를 태우고
아무도, 단 한 사람도 내려서는 안되지
마지막 역과 차량기지를 지나,
열차와 함께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
나아가야지 거기까지 우리는
꿈을 꿔야지 함께 가야지 우리는, 우리는...
나아가야지 거기까지 우리는, 우리는
꿈을 꿔야지 함께 가야지 우리는,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