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토요일 (Feat. Cubic Of Seoulstar)

IF

아 정말 미안하단 말 밖에
지금 당신 감정은
말 안 해도 알 만해
참담해 내 삶은 항상 쓰디썼어
난 인생에게 졌어
그래 나를 쏴 어서

30줄을 언제 넘었는지도
모르는 까막새
마냥 깜박거리는 이 놈의 기억력
게다가 비교적
남들보다 못난 외모
덕에 외로이 홀로 살다
죽는 건 아냐
이런 소심 덩어리의 망상
이걸 깨부수고 나타난 그녀
바램은 그저
내 아내가 되어주오란
고백이 이뤄져
그녀 닮은 딸 하나까지
그래 그땐 기적 같았지
허나 곧바로 난 현실에
악착같이 살아 남아야겠다고
결심해
그래 언제나 막히는 출근길에
돈 버는 기계로 난 오늘도 변신해
아 젠장 또 필름이 끊긴 채
들어왔나 봐 맨날
이 허무한 삶의 연속 내 안에
난 없어 인생 뭐 있어
내 안에 가뒀어
학교 관뒀어 직장 필요없어
집안 돈 밖에 없어
유일한 내 탈출구는 유흥업소
서랍 속 빛 바랜 사진에서 난
한 없이 맑게 웃고 있는
얼굴이지만
그 후로 오랫동안
퇴색해져버린 시간
운동과 공부 다 잘했던 5학년 2반
안경 쓴 반장은
이제 안경을 버린 채
황폐한 삶을 맞이해
그건 안경을 버린 죄
한 순간을 놓친 삶이란 건
누구도 알 수 없게 되버렸네
잃어버린 것은 그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문의 열쇠
어이쿠 이런 또 늦었잖아
중산층에 상징이라던 내 차는
오르막길조차
힘겹다는 걸 깨달은
그래 난 만년 과장에
출근 시간은 항상
해가 중천에 떴을 때 비로소 안착
휴 한 숨 돌리려는데
이 따가운 눈길은 뭔데
이제 저기 저 말단 직원까지
날 무시하려나 본데
그래 나의 존재는 음
저 옥상에 며칠째 널어놓은
빨랫감 마냥 너무나도 건조해
그래 난 아무것도 못해라는
생각이 들 때
내 책상 한 구석에
내 아내와 딸 아이 사진
보고 한 번 슬쩍 웃고 난 다시
내 일터에 몸을 던져
그래 오늘 밤도 어김없이
난 알코올 속의 강도가
높아져야만 살아있음을 느끼면서
안도의 한숨
어제 그건 단순한 꿈
죽은 여자의 시체라니 한심할 뿐
난 계속해 마셔 이 음악에 빠져
이 순간은 내 한심했던 인생마저
마지막 초가 타들어가듯 아름다워
술잔이 빌 때쯤 DJ는 판을 갈어
음악이 바뀌듯 인생도 분명 바뀌어
난 언제 그때일까
하하 운명을 삼켜
이 삶이 지겨워 이 밤이 지도록
내일이 무서워
두려워 끝 없는 술잔을 기울여
한 순간을 놓친 삶이란 건
누구도 알 수 없게 되버렸네
잃어버린 것은 그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문의 열쇠
명색이 과장이라는 게
지금 며칠째 또 야근이라며 밤을 새
김대린 벌써 아까 전에 집에 갔는데
빌어먹을
오늘 딸 아이 생일날이라 저녁을
근사한 곳에서 먹겠노라고
예약까지 했거늘
지랄 맞은 사장은
불호령만 남기고 가 버렸네
나는 전화를 들어 내 아내에게
휴 미안해 오늘 또 야근하래네
뭐 지금 가고 있는데
나랑 은이가 많이 기대한 거 알잖아
그래 알아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미안 미안 은이랑 같이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차 조심해 알았지
알았어
이미 내 육체는 내 것이 아닌 난
나도 모르는 타인
지금이 현실관 가장 먼 Time
이젠 내 정신의 한계
여느 때처럼 필름이 끊길 단계
거리 모습은 온통 뿌연 안개
친구들 내게 운전은 절대 안돼
uh uh 걱정마 난 아직 건재한데
파란불엔 가고 빨간불엔 정지할게
코앞이 집이야
음주만 안 걸리면 돼
말리는 걸 뿌리치고 올라탄 차
속도계가 점점 높이 올라간다
바깥 바람과 하나가 된 순간
그건 아주 순식간

내가 대체 무슨 짓을
내가 쳤어 빌어먹을
이미 확 깬 술 내 눈 앞엔 숨이
멎어있는 두 여자가 피범벅이
된 채 나를 바라보는 시선 어쩌지
내 머리 속은 정지
우선은 너무 겁이 나
이 곳에서 도망치고만 싶었지
그들을 버리려는 건
아니었어 미쳤지
그냥 도망치다니 이건 범죄잖아
잊혀진 어젯밤 꿈이 떠올라
신이 내린 저주일지도 몰라
내 양심이 내 숨통을 졸라
모든 게 엉켜버린 혼란
난 끝이야 이건 꿈이야
젠장할 씨발
어쩌지 어쩌지
내 인생 좇된 어느 토요일 날
경찰이 된 친구 놈 하나의
전화 한 통 받고 난
깨진 유리컵을 꽉 쥔
떨리는 한 손과 피와 눈물이
흘러 섞여 이성이란 등불은 꺼졌어
내 아낸 내게 첫사랑에다
내 딸은 열네 살 오 제발
꿈이라면 어서 깨라
저기 누워있는 싸늘한 시체가
이제야 현실이 무섭게 날
다그치는구나
그 새끼 그 새끼 어딨어
수배중 이라고 나보고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으라니 아니 벌써
비싸게 주고 산 그 놈이 사는
연락처와 엽총을 들고
난 그 곳에서 기다려
내 분노와 며칠이고 난

정신없이 돌아왔어
집으로 문을 여는 순간
손들고 엎드려
그래 너냐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숨죽여
당신 경찰 이게 결말인가
그래 맘대로 해
내 죄 인정해
수갑은 굳이 안 채워도 돼
착각하지마 법보다 무서운 건
복수라는 것
내 분노는 이미
널 죽이고도 남았을걸
혹시 설마
그 사람들의 가족 혹은 남편
이런 당신에겐 정말이지
뭐라 할 말 없어
그래 다 늙어서
미친 노친네라 생각해도
난 상관없어
더 할 말 있어
하 정말 미안하단 말 밖에
지금 당신 감정은
말 안 해도 알 만해
참담해 내 삶은 항상 쓰디썼어
난 인생에게 졌어
그래 나를 쏴 어서
어쩔 수 없어
넌 사람을 죽인 게 아냐
내 행복을 죽였어 이해하지
잠깐

한 순간을 놓친 삶이란 건
누구도 알 수 없게 되버렸네
잃어버린 것은 그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문의 열쇠
한 순간을 놓친 삶이란 건
누구도 알 수 없게 되버렸네
잃어버린 것은 그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문의 열쇠
셔츠로 닦아도 닦이지 않는 피로
얼룩진 내 손은 벌써 핸들 위로
이것 봐
이젠 떨리는 것도 없어지더라
그 놈 이제야 인생의 꽃을 피려다
내가 짓밟은 건 아닐까 하면서도
백미러로 보이는
내 얼굴에 가증스러운 미소는 결코
내가 아냐
그래 미친 척하고 달리는 거야
잘 있어라 세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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