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

폰부스


눈이 녹는다 아스팔트 위
선명한 눈이 녹아 버린다
빌딩 사이로 디디지 못한
공중은 자꾸 희박해진다
아니었던가 빛나는 것은
내가 가질 수 없는 주소인가
내가 닿았던 어느 곳에도
체취가 없다
지금 난 극점에 있다
속아 버린 건가 이 도시에
불빛들이 웃고 있다
마른 손으로 움켜쥐어 왔던
얇은 백야는 몇 벌이었나
쓸모없는 것들로
주머니 속만 가득 채우고
다시 벼랑에 선다
또 믿어 버렸나 저 불빛을
불빛들이 춤을 춘다
잘린 눈이 녹고 있다
눈이 녹는다 가로수들이
떨궈낸 잎은 피난이었다
단단해지지 말자 신발을 털며
눈과 빛 사이 발을 살며시 뗀다
불빛들이 춤을 춘다
이렇게 이렇게 박제된
내 앞에서 불빛들이
저리도 가볍게 눈이
녹아 버린다 춤을 춘다
어제와 똑같은 보폭만으로
뜨거운 위도를 지나야 하나
울음이 갈라진 나의 극지는
오늘도 조금 더 기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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