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향하는
북적거리는 지하철 속에
멍하게 서 있는
사람들 속에 몸을 맡기고
멍하게 서 있는
사람들 중에 하나가 되지
지하를 벗어나니
밝은 달이 나를 반겨 와
집 앞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다 들고
놀이터 벤치 위에 자리를 잡고
좋아하던 퀸 음악에 귀를 맡기면
이젠 어영부영 흘러가는
미적지근 묻어 가는 내가 답답해
매일 같은 길을 걷고
또 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집으로 돌아오니
하얗게 잊어버린
열세살 꿈꾸던 나
매일 같은 꿈을 적고
똑같은 말을 하던
어릴 적 나를 되돌아 보니
차갑게 식어 버린
지금의 나는 어디로 향하나
아침을 밝히는 눈부신
햇살에 잠을 깨면
가벼운 운동화에
작은 카메라 하나 들고
무작정 멀리 가는 기차를 타고
어딘지도 알 수 없는 곳에 내리면
이젠 계획 없이 시작되는
진짜 나를 찾아가는 무모한 여행
매일 같은 길을 걷고
또 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집으로 돌아오던
하얗게 잊어버린
열세살 꿈꾸던 나
매일 같은 꿈을 적고
똑같은 말을 하던
어릴 적 나를 되돌아 보니
차갑게 식어 버린
지금의 나는 어디로 향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