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

존박

굳게 닫힌 문 앞에

한참 서 있다가

발걸음을 돌리고 걸어갑니다

입술을 깨물며 몇번이고 다짐하지만

흐르는 눈물까진 잡지 못합니다

그댈 사랑하려 했던 것이 잘못입니다

나는 내 주제를 모르는 바보랍니다

이리 높은 벽에 둘러싸인 그대에 비해

난 아무것도 못 가진 철부집니다

사랑이란 그 말이

너무 달콤해서

영원히 빛나리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꿈처럼 설레던 날이 지나니

앙상하게 내 모습만 남았습니다

그댈 사랑하려 했던 것이 잘못입니다

나는 내 주제를 모르는 바보랍니다

이리 높은 벽에 둘러싸인 그대에 비해

난 아무것도 못 가진 철부집니다

올라도 올라도 흘러내리는

모래언덕 안에서

무릎까지 빠져 허우적대던

내 모습은 어땠습니까

그댈 사랑하려 했던 것이 잘못입니다

나는 내 주제를 모르는 바보랍니다

이리 높은 벽에 둘러싸인 그대에 비해

난 아무것도 못 가진 철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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