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향유문
- 서정주 시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옷날, 처음 만나든 날
우리 둘이서 그늘 밑에 서 있던
그 무성하고 푸르든 나무같이
늘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천 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예요?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 되어 퍼부을 때
춘향은 틀림없이 거기 있을 거예요!
♠♠ 생사를 초월한 불멸의 사랑을 물~ 구름~소나기로 이어지는 윤희사상으로 소화시켜 노래하고 있다. “나무”로 있어 달라는 얘기는 “소나기”가 “나무”적셔 늘 푸르게 만들어 주듯이 둘의 사랑이 늘 풍성하고 싱싱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도술천 : 불교의 욕계(欲界) 육천(六天)중 네 번째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