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이 사또전에 불려간다 (행수기생이 나간다)
모보경, 이상호
앨범 : 모보경의 정정렬제 완창 춘향가
[아니리]
이 대문에 이리 했다고 허나 그랬을 리가 있으리요. 춘향같은 열녀가 죽으면 영 죽었지, 사령에게 사정할 리도 없으려니와, 사또가 춘향에게 혹헌 마음 사령을 보내어 잡아오라 했을 리가 있으리오. 춘향모를 시켜 아무리 달래여도 영영 안 들으니 교방청 여러 기생들을 불러 놓고 분부 허시되,
“너희 중에 누가 춘향을 불러 오겠느냐?”
허시니 행수 기생이 썩 나서며 장담허고 거짓말 섞어 떠들며 나가겄다.
[중중모리]
행수 기생이 나간다. 행수 기생이 나간다. 손뼉을 땅땅 뚜다리며,
“정절부인 애기씨 수절부인 마누라야, 너만헌 정절이 뉘 없으며 너만헌 수절은 나도 있다. 조그만헌 널로 허여 육방이 손동 각청 두목이 다 죽어난다. 들어가자 나오너라.”
춘향이가 나오는디, 입던 의복 항시 태도 하릴없는 절색이라. 기운없이 나오면서,
“여보게 이 사람아, 자네 날과 무슨 혐의 있나? 사람을 부르면 고이 부르지, 화젓가락 웃마디 틀 듯이 뺑 뺑 틀어 부르는가? 들어가자면 들어가지, 내가 들어가면 영 죽는가?”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삼문간을 당도허니 전후 좌우 나졸들이 춘향을 붙들고 들어가며,
“춘향 현신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