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퇴근길에 통닭을 샀어요
먹을 입이 많아 두 마리 샀지요
묵직한 비닐봉투 손가락 파고들고
오르막 비탈길을 올라갑니다
이제야 알아요 어릴 적 아버지
술 냄새 풍기며 사 오신 통닭
그날은 좋은 날이 아니라
평소보다 힘든 날이었단 걸
이제야 알아요 어릴 적 아버지
일부러 골라 드신 가슴살
목메어 콜라 드신 게 아니라
삶이 퍽퍽해 그랬다는 걸
앞만 보고 여기까지 왔는데
위만 보고 열심히 뛰어왔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숨이 찹니다
나도 나이가 들었나 봐요
이제야 알아요 어릴 적 아버지
술 냄새 풍기며 사 오신 통닭
그날은 좋은 날이 아니라
평소보다 힘든 날이었단 걸
이제야 알아요 어릴 적 아버지
일부러 골라 드신 가슴살
목메어 콜라 드신 게 아니라
삶이 퍽퍽해 그랬다는 걸
삶은 닭가슴살 힘들고 고단해도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불러요
삶은 닭가슴살 목이 메어 가슴 쳐
웃다가 울다가 다시 웃어요
이제야 알아요 어릴 적 아버지
술 냄새 풍기며 사 오신 통닭
그날은 자랑스런 날이 아니라
들키고 싶지 않은 날이었단 걸
이제야 알아요 자식이 생기니
눈물을 마시고 사 오는 통닭
그날은 배가 고픈 날이 아니라
가슴이 고픈 날이라는 걸
가족이 고픈 날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