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혁명 (feat. 최엘비)
브로콜리너마저
앨범 : 우리는 모두 실패할 것을 알고 있어요
작사 : 윤덕원 (브로콜리너마저), 최엘비 (CHOILB)
작곡 : 윤덕원 (브로콜리너마저)
편곡 : 윤덕원 (브로콜리너마저), 잔디, 류지, 문동혁
빨래가 잘 마르는 날
날씨가 너무 좋아서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나도 말라버릴 것 같네
몸을 뒤집어서 널어놓고 싶네
빨래집게를 하지 않은 채
어느새 물기가 날아가고 나면
나도 날아가 버릴 수 있게
나도 모르게 또 생각에 빠져
한참을 허우적거리고 나오면
하나도 없었지 건질만한 건
푹 젖은 옷들을 벗어던져 머릿속 한켠에
그렇게 쌓인 빨랫감들은 어느새
작은 섬을 만들었고 난 그 위에 눕네
기억도 잘 안 나 맨 밑에 뭐가 있었는지
내 머릿속 어딘가가 꿉꿉해
언젠간 전부 넣고 돌려야지
세탁모드는 쾌속모드로 설정한 뒤
커피 한잔 하고 오면 없었던 일 같이
깨끗해져 있었으면 좋겠네 모든 결말이
아름답진 않겠지만 가벼워지길 그나마
날씨 좋은 날을 하루 골라 밖에 나와
세탁이 끝난 고민들을 걸어두면 알아서
말랐으면 하는데 이걸 언제 다 할까
빨래가 잘 마르는 날
날씨가 너무 좋아서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나도 말라버릴 것 같네
엄청 큰 세탁기가 필요해
다 우겨넣고 한 통을 부어 섬유유연제
내 생각들이 조금은 유연해지길 바래
조심해도 뭔가 묻어 흰 티를 입고 나온 날엔
내가 예민해서 그런가 작은 얼룩을 신경 쓰다
번져버려 걍 냅뒀다 빨았다면
아직 덜 마른 걱정들이 또 나와 날씬 이렇게나 좋은데
날 쥐어짜고 다시 널어 놓을래
쥐어짜 봐도 떨쳐지지 않는 일들을
그냥 다 널어 두었네
모두 지우려 했던 흔적도 눈물도
이젠 다 날아가 버리게
지긋지긋하게
빨래가 잘 마르는 날
날씨가 너무 좋아서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나도 말라버릴 것 같네
빨래가 잘 마르는 날
날씨가 너무 좋아서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면 눈물
나도 말라버릴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