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하게 내려앉은
이 짙고 짙은 안개가
또 밤새 이슬이 되어
내 두 뺨에 맺힌 채 잠에서 깼어
축축해진 베갯잇이
무슨 꿈을 헤맸는지
되새겨보지 않아도
그대란 걸 어렴풋이 알 수 있어
저 멀리 희뿌옇게 빛나
가끔은 깜빡이기도 하는
가로등처럼 점점 멀어져 가는
기나긴 시간을 함께했던
자취를 잊어버려야 하는
외로운 길에 위로가 있길 바라요
더 선명해진 가까운 것들은
전혀 볼 수가 없는데
잔뜩 가리어진 그대를 보려
눈 찌푸리고 있는데
저 멀리 희뿌옇게 빛나
가끔은 깜빡이기도 하는
가로등처럼 점점 멀어져 가는
기나긴 시간을 함께했던
자취를 잊어버려야 하는
외로운 길에 위로가 있길
더 이상 멈춰 서있지 않길
다시는 돌아보지 않도록
그대도 나를 완전히 잊어줘요
안개가 다 거둬질 때쯤에
뒤돌아 먼 하늘 바라볼 때
그대 행복을 웃으며 빌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