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꽃피는 계절을 말함이 아니요
만법이 드러나는 바탕을 이름이라
몰아치는 바람에도 흔들림 없고
쏟아지는 빗속에도 젖지 않으니
천지가 개벽한들 가릴 수 있겠는가
봄 이 속에 무엇도 자취가 없으니
만법이 본래부터 적멸한 모습이라
본 것이 남았다면 다시 볼 수 없고
들은 것이 남았다면 또 들을 수 없네
이처럼 무상하니 얼마나 감사한가
모든 것이 한 바탕 봄 속의 일이요
팔만사천 처방약도 본래로 한 맛이라
봄 겨울잠 깨우는 계절이 아니요
거울이 제 모습을 보임과 같음이라
텅 비어 있음에도 빈 틈이 없고
대적광 크고 또 고요한 빛 있으니
한 티끌 움직인들 비추지 못하겠나
모든 것이 한 바탕 봄 속의 일이요
일곱빛깔 무지개도 본래로 한 빛이라
일곱빛깔 무지개도 본래로 한 빛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