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어느 마을에
순박하고 착한 농부가 살았어.
농부는 마을 지주인 김 대감 댁의
작은 밭을 갈아주고 색시와 먹고살았지.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였지만
둘이서 사이좋게 먹고살 만했어.
김 대감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주변에 소작을 준 논과 밭을 돌면서
잔소리를 해대는 까탈스러운 성미였지만
착실한 농부는 트집 잡힐 일이 없었어.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농부가
아침 일찍 나와서 밭을 갈기 시작했고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 정오가 되었어.
"서방님! 이것 좀 드시고 일하셔요!"
점심때 맞춰서 고운 색시가
소쿠리에 끼니를 담아서
머리에 이고 오지 않았겠어?
"아이쿠! 이 무거운 걸 어찌 들고 왔소!"
농부는 냅다 달려가 소쿠리를 받아주었어.
"서방님이 이 더위에 이렇게 고생하시는데
하나도 무겁지 않습니다."
농부와 색시는 다정하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소박한 끼니를 나누어 먹기 위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았어. 그런데 그때였어.
"이보시오, 젊은이!"
농부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지.
그러자 그늘 가에 웬 노인이 서 있는 게 아니겠어?
"어르신! 무슨 일이십니까?"
"내 옆 마을로 지나가는 길일세.
날이 더워졌는데 배도 고프고
목이 너무 마른데
물이라도 좀 얻어 마실 수 있겠는가?"
"아무렴요! 이쪽으로 오시지요.
마침 저희도 끼니를 하려던 참이니,
양이 많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나누어 드시지요! "
삶은 감자와 조금 마른국수 그리고
동치미 국물이 다였지만
농부와 색시는 노인을 그늘로 모셔
소박한 찬을 나누어드렸어.